기억 이탈화(-化)
나는 종종 질서의 취약함과 무질서의 견고함을 목격한다. 매체를 통한 신체 오류 인식은 나에게 범주화적 질서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게 한 중요한 계기였다. 자신을 자신이 아니라고 부정당하는 경험을 통해 직관에 대한 의심과 존재 유무와 다른 기억의 상관관계들 속에서 완결되지 못한채 부유하게 된 결과값들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그 간격 속에 갈무리 되지 못한채, 무한 값으로 나아가는 사소한 존재들은 나에게 가능성 처럼 보였다.
나에게 꽃()은 단순한 탐미적 대상이 아니라, 생명의 집착과 생성의 탄성이며 끊임없는 순환의 형식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부여된 상징적 질서들은 고정불변한 인식의 유약함을 드러내며, 생동을 향한 파동을 안락사 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나에게 존재들의 낙차를 경험하게 한다. 질서화된 감각은 존재들 사이의 거리감각들을 오히려 기민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꽃-독-달은 영민하게 주고받는 그들의 연대적감각을 무시당한채 부정성의 상징이 되며 내재화되지 못한채 멀어진다. 체계화된 분류들 사이에 누락된 가치들, 존재하지만 인지되지 않는 공동의 감각들은 이런 식으로 안락함을 자처하지만 나에겐 단절된 결과들이 자아낸 소외의 감각들만 증폭된다. 그렇기에 기억의 이탈화(化)는 누락된 가능성을 다시 무한의 차이들의 생존 형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형언어들의 탐구이다. 이탈화는 무질서의 질서이자 변별 불가능한 차이들을 드러내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소멸되지 않는 차이들, 그것은 나에게 작은 경이들이 모여 이루는 연대적 감각의 총체일 것이다. 
나는 “꽃”에게 부여된 공동의 관념들과 기억들이 망각의 과정 속에 침잠되었다가, 다시 재구성되기를 기원한다. 망각은 기억에서 태어나고, 기억은 망각을 낳는다. 그 순환 속에 ‘영원’의 형상이 잉태된다. 공동의 기억은 질서를 만들지만, 다중의 기억은 구분 없는 영원의 형태속에서 모두가 다를 수 있기에 같다는 감각을 깨운다. 나는 ‘기억 이탈화(-化)'를 통해 단순히 꽃의 의미를 재고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외피를 이루던 것들이 비균질화될때 비로소 새로운 내피가 되어감을 현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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